∨ 세상을 밝히는 멋
친구를 사귈 때나 백화점에서 사소한 물건을 살 때에도 언제나 멋있는 사람, 멋있는 물건을 원하는 마음이 우리들의 솔직한 모습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처음 대했을 때의 멋이 언젠가 없어지고, 멋없는 사람, 멋없는 물건으로 변했음을 느끼고는 착잡한 심정이 된다. 무엇이 변하게 했을까? 우리는 멋을 발견하는 우리의 눈(마음)이 변했음을 알지 못하고, 그 사람을 탓하기도 하고, 그 물건을 탓하기도 한다.
멋을 느끼는 마음은 같지만 그 깊이와 짙음은 한결같지 않다. 어릴 때 우리가 멋있게 느꼈던 어떤 사람이 몇 해 지나지 않아서 천박한 사람으로 변하기도 하고, 처음에는 멋없는 사람이 차츰 연륜이 쌓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멋을 풍기고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사람됨이 고결한 사람은 고결한 멋을 알아볼 수 있고, 사람됨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기에게 알맞은 멋밖에 찾아내지 못한다.
멋있는 사람이기를 누구나 원한다. 그래서 멋있으려고 멋을 부린다. 그러나 멋을 부려서 멋이 있게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멋을 부린다는 것은 어떤 이를 멋이 있게 보이게 하는 옷이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멋이란 꾸며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내면 정신세계를 조화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데서 서서히 우러나오는 것이다.
인간됨이 오만하면 멋은 사라지고 만다. 겸손한 마음, 겸허한 태도, 노력하는 자세, 자신의 부족을 느끼며 항상 새롭게 살려는 사람은 멋을 잃지 않는다. 그 사람은 멋을 만들어 그를 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멋을 나누어주기도 한다. 멋있는 사람을 볼 때, 우리는 즐겁다. 우리가 그를 멋있다할 때 우리는 어떤 만족감을 느끼며, 따라서 즐겁게 되는 것 같다. 멋을 추구하고 멋있는 인생을 설계하는 것은 정말 멋있는 일이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다양한 목적을 설정하지만, 멋있는 인생을 전개하는 사람만이 참된 행복을 느끼며 죽음을 맞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권력을 추구한 사람은 죽음 앞에서 자신의 권력이 무너짐을 보고 허망함을 느낄 것이고, 재산을 모으는 데 주력한 사람은 그 재산을 가져갈 수 없음에 괴로움을 느낄 것이며, 지식의 축적에 인생의 목적을 둔 사람은 그 많은 지식도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없음을 알고 지식에 회의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길을 하나의 멋있는 삶으로 추구한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자연 속으로 다시 환원해가는 자신의 육신과 정신의 합일에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멋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멋을 아는 사람에게는 행복의 문이 가까이 있을 것 같다.
(신극범 에세이, 교육만이 희망이다.“愼克範: 전 한국교원대 총장, 대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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