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어느 사람 이야기 1.*
내가 잘 아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일찍이 낙향한 선비 가문으로 자수 성가해
수 천 석의 대지주였으면서도 문재가 뛰어나
고종 12년(1875년)에 12살의 어린 나이로
호남지방 소년백일장에서 차석을 하여 일찍이 문명을 날렸으며
지방에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고전들을
한지에 직접 기술하여 춘향전. 박타령. 심청전을 비롯해
10 여 권의 서책을 남기신 조부의 문재를 이어받아
34세인 1936년 일제식민지하에서
꺼져 가는 민족혼을 고취하기 위해
동학민족전쟁기록인 ˝전봉준실기˝를 저술하고
향토사학지인 ˝군지˝를 발행한 부친의
전모 슬하의 2 형제를 비롯해 9남 1여 중 3 남으로 태어나
국비로 외국유학의 기회가 주어졌으나
어려운 환경에서 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유학을 포기하고 자기 희생의 삶을 산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마을 사람들과 주위 사람들은 그 사람을 가리켜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며 칭송이 자자했습니다.
국세청에 근무하던 30 대 중반의 나이에 결혼했으나
부인이 정신질환이 있는 것을 모르고 결혼해
직장과 살림까지 챙기며 도맡아서 해야하는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슬하에 3남 1여의 자녀를 두었으나
부인은 아이들을 낳기만 했을 뿐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기저귀를 갈고 빨래와 분유를 먹이는 일을 포함해
아이들을 키우는 일까지 모두 그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사람의 집에서는
부모님과 형제들이 들고 일어나
그렇게 살다가는 평생 고생하며 사니까
일찌감치 정리를 하라고 권유를 하는데도
자기 아니면 누가 그런 사람을 돌봐주겠느냐며
고집을 부리며 그렇게 살더라구요.
그 사람의 운명일까요?
그렇다면 운명이라는 것이 참으로 희한하더군요.
일찍이 명문 집안에서 그렇게 혼담이 많았었는데
어느 날 한 번 만나서 결혼을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에 의해 환갑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간신히 자기 몸이나 겨우 가누는 부인을 두고
살림을 해나가는 그 사람을 보면
세상에 저렇게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평생을 자기를 희생하며 살아온 사람이지만
하늘은 선하고 착하게 산 사람이라고 해서
동정하거나 특별히 봐주는 일이 없더라구요.
집안 사정으로는 도무지 공부를 할 수 없는 동생들이
그 사람의 희생으로 최고 학부를 나와 떵떵거리며 살지만
자기들을 위해 희생한 형님에 대한 보답이라는 것이
자기들을 위해 희생한 형님에 비하면 그저 그렇고 그런 정도로 그치고
그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나 몰라라 하는데
평생을 동생들과 불치의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며 살아온 그 사람을 보면
나는 절대 그렇게 살지 못한다는 점을 확실히 압니다.
그 사람을 보면
세상은 결코 옳고 바르게 산다고
복을 받고 잘 사는 것이 아니더군요.
30 년이 넘는 세월을
그것도 결혼을 한 후에 발병한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하기 전부터 질병을 앓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상 한번 차리지 못하는 아내의 수발을 들면서 사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게 좋은 혼처자리가 많았는데도
불치의 질환을 앓는 여인을 만나
평생을 그 수발을 하면서 사는 사람을 보면
아마도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본인으로서는 아무리 거역하고 비켜가고자 해도 비켜갈 수 없는
불가항력의 운명이라는 것이 말입니다.
운명!
여러분도 운명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이 처한 상황이
혹시 여러분의 운명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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