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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1 00:15 단군 댓글수 : 0 추천수 : 0 조회수 : 1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아버지는 폐암으로 오랜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병석에 있는 동안 난 아버지를 피하기만 했다.
시험을 핑계 삼아 인사도 없이 학교에 가 버렸고,
저녁 늦게 돌아와서도 안방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사춘기였던 내게 아버지는 마음속에 가라앉은 무거운 돌과 같았다.
숨쉬는 것조차 힘겨워 헉헉대는 아버지를 원망에 찬 눈빛으로
내려다 보던 나를 보고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장례를 치르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돌아가신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꿈을 꾸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답답해서 바람을 쐬고 싶다는 아버지를 모시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아버지가 가고 싶어하는 곳은 꽤 먼 곳이어서 버스를 타야 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보니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나는 쿨럭쿨럭 기침을 하는 아버지에게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는 집으로 되돌아갔다.
얼른 돈을 챙겨 나가는 길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일어나 보니 꿈이었다.
너무도 생생해 도저히 다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지금도 버스 정류장에서 기침을 쿨럭이며,
꼭 돌아온다는 딸을 기다리고 있을 아버지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
어른들은 그때 아버지와 버스를 같이 탔으면
나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고들 말하지만,
문득문득 아버지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계속
나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아버니, 그렇게 딸하고 바람 쐬러 나가고 싶으셨어요?
 저 그만 잠이 깨는 바람에 아버지 소원을 들어 드리지 못했어요.
 지금도 아버지가 자꾸만 거기 앉아서
 절 기다리고 계실까봐 마음이 불편해요.
 아버지, 이제 그만 기다리고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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