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새벽 안개에 쌓인 낙엽송 숲 사이로 날이 밝아오던 그 아침
아버지의 콧노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또렷합니다.
일벌들이 분주히 나는 벌통을 배경으로 두엄을 내며 부르시던 과수원길 노래는
그날따라 왜 그리 흥겹던지.
아버지의 콧노래 속에는 그 양봉이 지겹도록 계속된 가난을 저만큼 물러가게 하고,
자식의 학비도 해결해 줄 거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갓 낳은 달걀의 그 따끈한 감촉,
아버지 흉내를 내며 양 모서리에 구멍을 내 마셨던 달걀의 비릿함,
손가락만한 새끼오이를 줄기에 달아 놓은 채 한 입씩 베어 먹던 호기심 많은 넷째
그리고 흰 염소 젖을 좋아해 한 주전자를 통째로 마신 막내,
설거지를 서로 않겠다고 부엌에서 싸우던 둘째동생과의 일….
돌이켜 보면 참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셨는데,
맏이인 저는 결혼한 후에도
“나에게 무엇을 해 주셨느냐고,
왜 공부하겠다던 날 막아서 고통 속에서 살게 하느냐”고 원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방을 쓸다가 발견한 일기장엔 아버지의 깊은 야망,
꺾여진 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도 가슴 깊은 상처가 있음을 그때 알았고 전 그날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일등 한 아들에게 칭찬은커녕 영어보다 국어를 못했다고 꾸지람하시던 아버지는,
자식 때문에 부모 때문에 당신의 꿈을 접으셨던 것입니다.
기록문학으로도 손색없는 문장으로 엮어 가신 양점일기, 양봉일기, 버섯재배일기 등은
저희 오남매에게 소중한 가르침이 될 것입니다.
됨박골 밭에 서면 그 옛날 흐르는 실개천에
억새풀로 만든 물레방아를 걸어 주시던 기억이
한 장의 사진처럼 선명한데 아버지는 이제 뵈올 수 없습니다.
아버지, 이제 천국에서 영원한 즐거움을 누리며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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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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