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과일바구니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있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돌아보니 낯 모르는 남자가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저 죄송합니다만….”
남자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자신이 당한 난처한 일을 장황하게 늘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출장을 왔다가 지갑을 잃어버려 가진 돈이 하나도 없는데,
틀림없이 갚을테니 차비를 좀 빌려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처음 보는 사람의 그런 말에 속은 경험이 몇 번 있던 터라
미안하지만 지금 돈이 없다고 말하며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정말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결국 속는 셈치고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남자는 고맙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하더니 연락처를 달라고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1시까지 꼭 연락 드리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남편은 또 당했다면서 면박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무슨 자선사업가야? 전에도 당한 적이 있으면서 또 돈을 줬다고? 에고, 바보.”
바보 같다는 남편의 말에 왈칵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번은 아니야! 정말 그 사람은 아닐 거야! 속은 게 절대 아니야!
화요일이 되면 정말 연락을 하고 돈을 갚을 거야.”
그렇지만 남편은 믿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아, 하느님! 화요일에 꼭 연락이 오게 해주세요!’
나는 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믿음이 사라질까 두려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남편의 바보라는 말에 되갚음을 해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남편은 풀이 죽어 있는 나를 보며 다시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 말에 대꾸할 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뒤 커다란 과일바구니 하나가 배달되어 왔습니다.
봉투 하나와 함께.
‘안녕하십니까. 지난번에 돈 빌려 간 사람입니다. 사정이 있어 조금 늦었습니다.
과일바구니 속에는 메모와 함께 빌려 준 액수보다 조금 많은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와! 정말 약속을 지켰네! 그럼 그렇지.”
나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믿음이 어긋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퇴근한 남편을 앉혀 놓고 과일바구니 이야기며,
사람에 대한 믿음이 어떻다는 등…. 한참을 떠들어댔습니다.
“돈 굳었네. 한턱 내.”
그런데 남편은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그 다음날 한 남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기억 나세요? 얼마 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돈을 빌린 사람입니다.”
“물론 기억 나죠. 보내 주신 과일은 정말 맛있게 잘 먹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예?” “어제 과일하고 돈 보내 주신 것 말 예요.”
“어? 저 아닌데요?
그러잖아도 오늘 아침에야 전화번호하고 주소를 적었던 쪽지를 찾았거든요.
그래서 이제야 전화 드린 겁니다. 그 동안 나쁜 놈이라고 욕 많이 하셨죠?
정말 죄송합니다.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오늘 안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렇담, 어제의 과일바구니는 이 사람이 아니면 도대체 누구지?’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골똘히 생각에 잠긴 나에게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돈 빌려간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말을 해주자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뭐? 정말?”
남편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럼 그 과일바구니는 누가 보냈을까? 혹시 잘못 배달되어 온 건가?”
내가 중얼거리자 남편은 무언가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습니다.
“에이, 괜히 과일 값만 들었잖아. 내 돈이나 돌려줘.”
어린아이처럼 내게 손을 내미는 남편! 잔잔한 사랑이 전해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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