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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31 08:50 단군 댓글수 : 0 추천수 : 0 조회수 : 1

호주머니 속에는 당신의 남루한 방으로 돌아갈 시내 버스 요금밖에는 없고,

그리하여 다실의 흐린 조명등 밑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베토벤의 침울한 육성을 들으며 쉴 수 조차도 없었던 날,

정답던 친구 몇 명은 저희들끼리 바다로 떠나고,

더구나 잠시 사귀던 애인마저 출타하고 없을 때

당신이 그 무엇을 만나게 되는 것은 오직 명료한 고독뿐.


그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 보아야 당신 홀로 기거하는 방 안 가득

더욱 감당할 수 없는 고독이 자욱한 빗소리로 누적되어 있을 터이고,

그래서 당신은 차라리 거리에 머물러 좀 더 비를 맞을 작정을 하게 되리라.

점차로 당신의 어깨는 젖어들고 통속한 유행가조차도 눈물겹게 들리면,

문득 당신은 회상하게 되리라.

당신이 모르는 사이, 당신의 머리 속에서 지워져 버린 이름들을.

그렇다.

진실로 우리가 망각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

잠시 우리는 많은 것들을 가슴 속 저 알 수 없는 깊이에 방치해 두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이렇게 홀로 쓰라림을 맛보는 시간에 새삼스럽게 찾아내어 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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